지난 겨울, 설 연휴를 이용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을 다녀왔습니다.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곳, TV에서만 보던 그 ‘한반도의 발톱’, 대한민국 육지의 가장 남쪽 끝. 평소에는 거리와 시간 때문에 선뜻 계획하기 어려웠지만, 이번 연휴 덕분에 가족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.

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탑승한 건 땅끝 모노레일. 아이들과 함께 타기에도 무리 없는 속도와 풍경이 너무나도 좋았어요. 산 아래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쭉 올라가는 짧은 여정이었지만, 어느새 마음이 탁 트이고 머리도 맑아지는 기분. 모노레일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땅끝전망대는 ‘내가 정말 국토의 끝에 서 있구나’라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장소였어요.
특히 전망대 아래로 내려와 둘레길을 산책하며 만난 이정표 하나, ‘서해와 남해의 경계’. 한 걸음 차이로 바다가 바뀐다니, 이보다 더 신기할 수 있을까요?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은 책 속 지도나 사진으론 절대 줄 수 없는 생생한 배움이었습니다. “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끝이야”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,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.

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땅끝항 근처에서 지역 특산물도 구경했어요.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해남 미역. 현지에서 직접 건진 미역이라 그런지 향도 다르고, 탱글탱글한 식감이 정말 최고예요. 조금 비싸다 싶었지만(한 봉지 만 원!), 지금 집에서 국 끓여 먹을 때마다 그날의 바다 내음이 떠오르곤 합니다.
땅끝마을은 단지 ‘가장 남쪽’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아니었어요. 자연과 바다가 주는 경이로움, 그리고 한반도라는 나라의 물리적 끝에 서 있다는 상징성이 한데 어우러져,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오래도록 남을 여행이 되었습니다.
이런 곳은 멀다고 해서 미루기만 하지 말고, 꼭 한 번은 다녀와야 할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.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따뜻한 계절에, 둘레길을 조금 더 길게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.

대한민국의 끝에서,
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던 지난겨울.
가족과 함께
한걸음 내딛은 그 땅끝이,
우리에게는 시작점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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